理化: "개기일식, 그리고 Unity (The Wedding Day)"
“My consciousness provides a sanctuary of love and light for everyone around me.”
오늘은 그 유명한 개기 일식이 일어난 날. 밴쿠버에서는 86% 정도 가리워졌다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 고민했다. Alumni centre에서 일식 관찰을 함께하면서 종이 선글라스도 나눠준다고 하는데, 가볼까,
아니면 그냥 집에서 조용히 혼자 지낼까. 군중들과 함께 하며 눈으로 직접 관찰하는 것도 exciting할 것
같았지만…
그냥 설거지를 하고, 어느분 블로그에 있는 meditation (이번 개기 일식에 맞춘, ‘Global Meditation for Unity’
라는 것) 을 틀어 보았다. Ecstatic 하게 점프하는 돌고래들의 영상을 보고 있자니 Unity Consciousness의
"u"자도 모른대도 저절로 그것에 align될 것 같은 기분. Meditation이 끝나고 나니 perfect하게 일식의
peak로 다가 가는 시각이었다.
해가 거의 중천에 떠있는데도 마치 초저녁처럼 점점 어두워지는 집안. 베란다로 나가서 밖을 내다 보니
세상 풍경이 정말 무어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한 느낌이다. 오늘따라 하늘은 더더욱 crispy하게 맑고,
바람도 향이 무언가 촉촉하면서도 깔끔했다.
거기에 일식으로 인해 아침의 또렷한 느낌과 석양의 부드러운 느낌이 함께 있는 이 묘한 분위기라니.
다들 함께 일식 관찰을 하러 갔는지 베란다에서 나와 풍경을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더 무언가 살짝
초현실적 이었지.
맨눈으론 해를 직접 보지 말라고 했지만, 슬쩍 스치듯 해를 보고 다른 쪽 하늘로 시선을 돌릴 때마다 달에
가리워진 형태가 찰나지만 분명히 보이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신났다. 그렇게 한참 Nature의 event를
즐기고는 다시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초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는 모순적인 느낌/생각이
들더라.
그렇지. 매일 매일,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현실적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런 초현실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그것이 반복되다보면 mundane한 현실이 되는 것이지. (얼마 전 본 “About time”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이
느꼈던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일상에 대한 insight 와도 연결이 된다.)
Volunteering을 하는 곳에서 9월에 있을 special exhibition에 쓸 종이학을 접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팀 리더를 제외하곤 나만 학을 접을 줄 알았고, 게다가 팀 리더가 접는 방식과 내 방식이 아주 조금 달랐는데
내 방식이 좋다고 해서 어쩌다 보니 학 접는 것을 동료 volunteer들에게 가르쳐 주며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정말이지 이 세상에 쓸모 없는 건 하나도 없지. 지난 번 lantern 만들기도 그렇고, 이번 종이학 만들기도 그렇고…
내겐 그저 소소하기만한 이런 것들이 이렇듯 전시회에 쓰이게 될 줄이야. 이렇게 'backstage' scenes를
경험하면 경험 할수록, 조명받는 화려한 무대 앞과 조촐한 무대 뒤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감사하고 좋다. (어릴 적에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무리 보아도 개기 일식을 기점으로 뭔가 세상이 한 겹, 막이 벗겨진 듯
하다. 하늘, 꽃, 잎들이 어우러지는 색감이 뭔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쨍쨍하게 선명할 수가 없다. 와… 진짜…
무대 뒤와 앞, 초현실과 현실이 하나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인가.
아하! "Wedding day"로구나. 그래서 저 표지가 내가는 앞길에 떠~억하니 세워져 있던 거로구나.
아하하하.
표지가 떠억하니 있었던 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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