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쓰는 편지: "용은, 용이 되어야 한다."
글쓴이: 이 영희92 (이십대 중)
오늘은 나한테 잘해주어야 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실행에 옮기는 또 하루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못 해 봤던 것 중에 하나가 나 자신한테 잘해주는 일 이었음을 깨달으면서 시작한 일 이다. 미뤄 두었던 책도 아침에 반납해 버리고, 찾아 봐야 하는 자료들도 찾아내고 은행 결제 날짜도 아예 바꿔 버리고는 여유롭게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도착한 학원에서는 지난 2달 동안 나에 애를 먹이던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오늘은 그아이를 대하는 나에 초점(focus)을 바꾸어 보았다. 그러자 그 아이도 초점을 바꾸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성적은 그리 나쁘진 않았고, 원장 선생님은 2학기 교재를 정리하느라 몹씨 바쁘게 움직이셨다.
모든 것들이 어떠하든지, 성취유무와 무관하게 나는 ‘나’에게 잘해주기로 결정한 날이다. 마치, 오로라 속의 요정을 만난 것 처럼 현실은 나를 기쁘게 맞아 주고 있었다. 가난한 정신이 있으면 부유한 정신도 있기 마련이다. 가난한 정신에 사로잡혀 가난한 세월을 보낼게 아니라, 부유한 정신(Prosperity Consciousness)을 갖고 풍요로운 삶을 구석구석 체험해 보자.
사실 학원의 상태는 아이들이 공부하기에엔 그리 쾌적하진 못하다. 아이들의 편의 시설도 여러모로 부족하고, 정형화 되어있지 않아 난잡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학원을 오래도록 다닌 아이들에게는 '어떤 빛'이 보인다. 아직 인정받지 못한 보석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자신의 빛을 맘껏 드러낼 수 있도록 serve 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나는 나머지 삶을 살고자 한다. 적어도 나처럼 억울(?)하지는 않길 바라기에 일부러 무언가 없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환경의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쏟아 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여러모로 준비가 되어 가능성이 드러나 보이는 아이들을 serve하는 일도 꽤나 보람찬 일 일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수업후에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 캠퍼스안을 이리 저리 거닐어 보았다. 역으로 치자면, 어쩌면 그간엔 어렵고 부족해 보이는 형편의 아이들에게 extra 관심을 쏟아 붓다가 보니 동시에 부유해 보이거나 능력있어(?) 보이는 아이들에겐 조금 냉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학원에 아이들은 이제 막 시험이 끝나고 2학기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나도 이제 내몫의 인생 여정에 있어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영특한 아이들은 쓸 수 있는 구석이 제법 많다. 그러나 영특하기 때문에 더 뒤틀리기 쉽고, 영특하기 때문에 더 억울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 이런 똑똑한 아이들을 serve하는 일도 꽤나 보람찬 일 일것 같다는 생각이 인다. 그들은 빠른 속도의 성장 가능성이 있기에 특히나 더 균형있는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학원원장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은 꽤 뛰어나 보이시지만, 흐르는 세월안에 '진짜배기'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통찰력)은 부족해 보이신다. 그래서 어쩌며는 아직까지도 작고 낡은 학원을 운영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서울대학교 자체가 조금 가난한 동네에 위치하다 보니 근처의 학원도 강남이나 잠실과는 다르다. 열악한 주위환경은 아무래도 낮고 저급한 파장에 휩싸이기 쉬운 환경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막 뛰어들어 헤엄칠수 있는 시원한 개천이 아닌, 숨 고르기를 여러 번 하고도 부족해 산소통을 매달고 들어가야 하는 환경에선 자신을 단단히 보호해 주는 단단한 보호막(Personal Power)이 필요하다. 밑도 끝도 없이 밀어 부치는, 세상 살이에 강한 물살에 휘말려 떠내려 가지 않으려면 자신의 존재(Presence)를 더욱 더 견고하게 뿌리 내려야 한다.
(요즈음의 나) 나에게 너는 무엇이 그렇게도 힘이 드냐고 물으니, 나 혼자 생활을 꾸려야 하는 것이 정말 힘이 든다고 응답한다. 하나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두 개도 해야 하고 나아가 세게도 준비해야 하니 그것이 제법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든 인생에 경험들은 '가슴뛰는 어려움(?)'이란 것을 나에 가슴은 이미 알고 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바로 그런 맛있는 고생이니 말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아무에게나 또 아무렇게나 사용하진 못한다. 무엇보다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그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곁에서 침묵하며 serve해 줄 수 있는 믿음직한 지붕(성숙한 어른들)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생하기에는, 생존 능력과 자존감이 여러모로 딸리기 때문이다. 집안의 혈통이나 학벌과 재산의 유무를 너머서 '어린 용'이 당당하게 일어나 멋지게 훨훨 날 수 있도록 성숙한 어른들에 책임있는 service 가 있어야 한다. 청출어람, 또는 아이는 부모(또는 어른들)에 스승 이라는 표현을 깊이, 아주 깊이 사색해 볼 일이다.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도록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다. 용은, 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 태어난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고 닦아 내면서 세상에 필요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나는 그들에게 가슴이 포근한 동그란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 더욱 더 푸르고, 붉게, 기둥을 세우고 맛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나는 그들에게 필요한 자양분이 되어주고 듬직한 지대가 되어주고 싶다. 내가 '할 일(Mission)'은 바로 그런 일 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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