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Being Myself, 그림을 배우다."

namaste123 2015. 5. 11. 04:19




"Being Myself, 그림을 배우다."


글쓴이: 국 영희87 (이십대 말)



그림 숙제를 완성하기 위해 이젤앞에 앉았다. 


이목구비만 살짝 작업이 된 상태이기에 남은 부분은 한참이나 많아 보여서 과연 시간내에 끝낼

수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시간은 벌써 저녂 10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또다시 밤을 꼴딱 새는건 힘들어서 이제 남은 시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맘에 안드는 부분들을 일단은 스킵하고,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을 우선순위로 해서 

그려 나갔다. 


이제 머리카락을 해야하는 차례.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없기에 우선은 나에 눈으로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옮겨 낸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선을 그어 나갔다. 


조심스레 그리던 얼굴과는 달리 머리는 진하고 강하게 연필을 써야 될것 같아서 정말 마구마구 

연필을 휘둘러 댔다. 틀리면 다시 다 덮어버리면 된다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생각없이 그냥 톤과 

형태를 턱턱 잡아 나갔다. 


스트레스가 풀려가는 묘한 기분이 어느덧 들었다. 언제 이렇게 도화지에 막 그려 봤었나.. 

필요 이상으로, too much cautious 하고 serious 하게 매사를 대하는 경향이 있기에 그간 

내 양쪽 깨로 쌓아진 삶에 무게가 단번에 탁! 트여지는 기분이랄까? 


, 그래서 열정은 다른데 흘리지 말고, 그림에 쏟아 부으라고 말씀하셨던 걸까? 어느새 머리는 

나름 윤곽이 잡혀가고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멀리서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제법 잘 나와서 재미 있었다. 


머리를 진하게 올리니 얼굴이 상대적으로 약해져서 한톤을 더 올리고 디테일한 부분을 마져 손봐

주고는 멀찌감치 떨어져 그림을 다시 보았다. 


깜작 놀랐다. 어떻게 했지? 이거, 내가 그린거 맞나?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릴수 있을 거라곤 정말,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것도 연필로 말이다. 피식 웃음이 난다. 


사실, 연필이 무서워서 쉽게 다룰 수 있다고 판단된 아크릴릭을 자주 애용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연필을 사용한다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고 오히려 '친구'가 되어주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겨우 

두장을 그렸을 뿐인데 말이다. 


아직도 내가 발견하지 못한 신비한 연필의 묘미가 많이 숨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또 

이 연필을 이용하여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런지 사뭇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