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On My Way Home, 산행에서 순천을 배우다."

namaste123 2015. 4. 2. 05:16




on My Way Home, 산행에서 순천을 배우다."


글쓴이: 최 철수89 (이십대 중)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캠프 첫 날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캠프는 제가 학교 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 했지만, 이번에 다시 캠프를 갈 수 있게 되어서 지난 주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지요. 이번 학기에는 특히 머리(left brain)를 더 많이 쓴 감이 있었고, 많은 과제들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적이 많았기에, 자연을 fully 느낄 수 있는 오늘 캠프가 더욱이 반가웠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케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주에 있는 "Sigurd Creek" (near Squamish) 이라는 곳 이었습니다.

        이번 캠프에서 제가 세운 intention은 'conscious awareness'를 매순간 지켜 내자는 것 이었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conscious awareness를 갖고 한 발, 한발 느끼며 걸어가는 것은, 어쩌면 ‘빨리 빨리’와 속전 속결이라는 이름하에서 길들여져 살아온 저의 지난 생활 습관과는 거리가 먼 발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conscious awareness 를 체화시켜 보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두고 산행에 오르니 그간 보지못했던 새로운 것 들 이 눈에 보이고 느껴지기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들판에 제 멋대로 자란 이끼들이 하나로 모여지 면서 그려내는 자연의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느낄 수 있었고, 세월의 무게를 지고 살아내다 결국 쓰러져 누워있는 나이든 나무 사이 사이로 몽글몽글 피어 오른 탐스러운 버섯들은 언젠가 한번쯤은 보았었을 그 때 보다도 더욱 선명한 색과 앙증맞은 모습으로 저의 눈에 들어 왔습니다. 한동안 너무 세속적인 일상에만 치우쳐 저의 시간과 에너지를 쏫아붙다 보니, 이렇게 소중한 어머니 지구에 '숨소리'를 언젠가 부턴 잃어 버리고 허둥지둥 시간에 쫒기며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산행에서 무엇보다도 즐거웠던 일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가 세운 목표(intention)인 등산하면서 '넘어지지 않기’를 달성한 일 이었습니다. 일단 시작하게 되며는 그냥 돌진해 버리는 저의 저돌적인 성향 덕분에 때로는 실수를 범하게 되고 그로인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아왔었던 전력이 있던 저이기에, 이번에 세운 저의 목표를 정말 신중하고 진지하게 체험해 보자 다짐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가게 될 제 미래와 정통으로 직결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도전 이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에 그러한 상황들은, 제가 조금만 더 큰 그림으로 그 상황을 보면서 여유롭게 행동 했었더라면 충분히 극복 했었을 성격의 일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다쳐봤자 자잘한 나뭇가지에 긁히는 정도에 작은 상처이겠거니, 라고만 생각하며 바로 앞에닥친 '들어난 일'들 에 온 에너지를 쏫아 부었었던 것 입니다.

      이정도 상처쯤은 충분히 괜찮아 라고 여겼던 저의 몸과 마음도 마치 모든 생명들에 그것과도 같이, 정말 'too' fragile 하기만 한 것이데, 이런것을 누가 일일히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저 스스로 알아차려 세심한 nurturing and parenting을 해 주었어야 할 소중한 일 이었는데 말입니다. 뭔가 무리를 해 가면서 까지 사람이 가는 길(trail)을 놓아두고 애써 가시덤불의 길을 자초하며 치열하게 사는 삶의 태도는 정도를 걷는 자의 길이 아닌, 바로 역천하는 길이라 느껴집니다.

     가장 '스마트'한 방법이라 판단하여 무리하면서 애쓰던 일들이, 훗날 알고 보면 가장 느리고 힘들게 일을 풀어가는 것 아었음을 깨닫곤 합니다. 이에 반해, 저의 마음과 몸을 소중히 여기고, 순간 순간을 온 몸으로 느껴 가면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설사 이것이 겉에서 보기엔 가장 느린 방법으로 보일지라도 말입니다.

또 다른 깨달음은, 넘어진다는 것 자체가 grounding이 필요하단 것을 알리는 하나에 'sign'이라는 것 이었습니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순간은 바로 제가 conscious awareness를 놓쳐버린 바로 그 순간이며 동시에, 제 몸과 마음이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떠 있는 위험한 순간임을 catch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발걸음 마다 저의 발자국을 땅속에 깊숙히 남긴다 라는 마음을 갖고 한 걸음씩 딪고 나가기 시작했고, 그랬더니 점차 몸의 하체 쪽으로 무게의 중심이 쏠리게 되면서 저의 몸이 차츰 ground 되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저라는 사람의 무게감과 물상을 극복해 낼 줄 아는 제 안의 남성성(masculinity) 또한 조금 더 견고히 다져지는 듯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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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http://forums.clubtread.com/27-british-columbia/31118-mr-c-goes-crooked-falls-sigurd-creek.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