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Homecoming: 평소와는 다른 패턴을 시도하다."

namaste123 2015. 3. 5. 14:44




"Homecoming: 평소와는 다른 패턴을 시도하다."


글쓴이:  위 철수87 (이십대 후)



오늘은 엑셀 과외를 하는 날이었다. 00 영어 문화캠프의 기분 좋은 여운이 남아서인지 000에 누군가가 업무에 필요한 엑셀을 배우고 싶다는 글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서 바로 연락을 해서 오늘로 날짜를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어그제부터는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라는 생각 등이 들곤 했었다.


그리고 오늘 카페에 미리 도착해서 과외 준비를 하면서는 몸이 추워진다는 느낌이 들고 혈액순환이 안되어서 인지 손이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내가 가르칠 자격이 되는 것일까, 준비를 미리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과연 강의를 들을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1시간에 20불을 받기로 했는데 괜히 그 분에게 시간 낭비가 되어서 또하나에 Karma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문뜩 들었다.


엑셀 강의를 받기로 한 분이 카페에 도착했다. 저번 주에 인터넷과 전화 상으로는 엑셀 완전 생초보라서1~2시간 내지로 엑셀 강의를 받고 싶다고 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강의는 그런 식으로 준비를 대충 해놨었다. 그런데 오늘 오자마자 나에게 하는 말이 주말에 나한테 질문할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엑셀을 해봤는데 예전에 엑셀 배웠던 기억이 나는 것 같고 해서 오늘 강의는 1시간도 안 걸릴 것 같다고 나에게 말을 한다. 본인도 본인이 완전 생초보인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때 약간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예 엑셀 생초보인지 알고 과외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런 식으로 강의를 준비해놨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혹시 나에게 너무 어려운 것을 물어보면 어떡하지,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등등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렇게 강의는 시작이 되었다. 강의 초반에는 학생분이 궁금해 왔던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다. 다행히도 모두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 분의 질문 중 한가지는 나도 오랜만에 사용해보는 함수에 관한 것이라서 기억도 잘 안 나고 그러다 보니 조금 버벅이게 되었다. 그래도 하다 보니 다행히 기억이 나서 설명을 완료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그 질문은 군대에서 약 2년간 행정병을 한 경험으로는 실무에서는 쓰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조금 버벅였어도 사실 마음이 많이 불편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 당황스럽기 했었다.


그 분의 질문거리들을 모두 해결하고 남은 시간에는 내가 준비해온 자료들로 과외를 진행했다. 준비해온 것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강의는 대략 총 1시간 10분정도로 진행이 되었다. 그분께서는 고맙다고 20불이 아니라 10불 더해서 30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당시 내 스스로가 내 강의에 정말 만족스러웠는지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약속된 대로 20불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20불만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강의는 끝났다. 강의가 끝나고 뒤돌아보며 하나씩 피드백을 해보면 일단 내편에서 설명하는 말의 속도가 너무 빨랐던 것 같다. 무언가를 잘 전달해야 한다라는 강박 관념으로 인해 마음이 급하기도 했었다. 또한 내 앉자있는 자세는 수업을 받는 학생 쪽으로 아예 중심이 쏠려 있었다.


아마 에너지가 나의 앞 머리 쪽으로 완전 몰려 있었던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을 시작하기 바로 전 까지도 나자신이 누군가를 가르치기 에는 역부족 하다는 생각을 줄곧 했었다. (물론, 내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대가를 받고 과외를 한 것이기 때문에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시도하고 경험해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스스로 부족할 것 이라고 자책하는 습관도 이젠 그만해야 할 것 같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 부족하다고 느끼면 아예 미리 미리 준비를 더 하든지 어떤 방책을 구하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과외가 끝난 후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기분은 참 좋았다. '무언가를 해낸 것'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오늘 내 강의에 대해서도 다시 되짚어 보니 나름대로 학생분에겐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 행정병으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실무에서 제법 많이 쓰이게 되는 것 들에 대해서 나에 경험들을 토대로 주어진 시간안에 그 분에게 전달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 학생분에게 진짜 많이 배웠다고 정말 감사하다는 답장이 왔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에 바로 도서관으로 갈려다가 오늘은 한번 False Creek 산책을 한 후에 도서관을 가보기로 했다. 산책을 한다는 것은 평소와는 다른 패턴이었다. 도서관 옆을 지나는데 CBC 방송국 아나운서를 길가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CBC 방송국 앞을 지나갈 때마다 포스터에 있었던 사람이었고 특히 동양인 아나운서이면서 무언가 전문적이고 라이프를 멋지게 사시는 분 같아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그 아나운서를 길가에서 실제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False Creek 산책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이번에는 차를 몰고 지나가는 CBC에 서양인 아나운서를 보았다. 자신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CBC 방송국 차량을 몰고 어딘가를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 정차 했다가는 바로 출발해 버려서 운전자가 사진의 주인공이 맞는지는 정확하지 않는데 아마도 그분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저번 00 영어문화 캠프에서 CBC 방송국 견학을 했을 때는 아나운서들을 실제로 한 명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오늘은 한꺼번에 이 두 분을 길거리에서 마주친 것이 사실 신기하기도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와 길을 걸으며 웬지.. 오늘은 뭔가 공짜로 무언가를 받을 것 같다라는 약간은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었다. 저녁에 수업을 가기 전에 자주 드르던 스무디 가게에 들렸다. 항상 먹는 어떤 것을 주문하고 계산을 했다. 차례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1달러정도의 어떤 재료를 더 추가해서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점원에게 추가해 달라고 부탁하고 동전을 꺼내어 계산대 앞에 서 있었는데 그 가게 주인왈  “Don’t worry”라고 말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


오늘 이런 저런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또한 이런한 일련에 상황들은 내가 꼭 알아차려야 할 중요한 어떤 Sign은 혹시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무튼 오늘은 내몫에 재능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 함으로 하여 나는 누군가의 삶에 소량이나마 윤활류가 되고 그러한 service에 댓가로써 이에 상응하는 energy exchange를 당당히 받아보는 일을 직접 체험하여 본 의미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