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On My Way Home, Dark Table Restaurant 체험기"

namaste123 2015. 2. 20. 03:55




on My Way Home, Dark Table Restaurant 체험기"


글쓴이: 최 철수89 (이십대 중)


         

오늘은 같이 사는 housemate들과 함께 지난 번에 00씨가 추천을 해 준 ‘Dark Table’이라는 식당에 갔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한다는 점과, 웨이터들이 모두 맹인이라는 점이 저를 정말 궁금하게 했기에, 이 날을 기다려 왔었지요.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엄청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올 것이라 잔뜩 기대를 하며 식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 온 후, 식당과 식사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그리 신나기만 하지는 않았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앞이 보이지 않으면,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며 그 순간을 즐기면 되지, 하고 생각을 하며 레스토랑에 들어갔지만, 막상 들어가니 그 곳의 모든 것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easy하게 제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시력을 아예 상실한다 라는 현실은 제 생각보다 무시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경험과 모험을 좋아하는 저는 뭐가 됐든 '새로운 것'이라면 일단 좋아하고 보는데, 이는 그렇게 좋아하고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레스토랑 안에 들어갈 때 핸드폰의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핸드폰 전원을 끄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때부터 뭔가 심상치가 않음을 느꼈지요. 그리고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빛이 단 한 줄기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웨이트리스의 어깨를 잡고, 제 친구들은 제 어깨를 잡고 기차처럼 일렬로 우리 테이블에 도착할 때 까지는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자리에 앉으니 곧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 줄이야. 제 몸을 거대한 어둠이 짓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요. 분명히 아무 것도 위험한 것이 없는데, 저는 정말 두려웠습니다. 이는 단지 심리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제 가슴은 답답했지요. 가슴이 답답해, 심지어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고, 이는 저 뿐 만이 아니라 함께 온 다른 친구들도 똑같이 숨 막혀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일단은, 양발을 바닥에 붙여 '그라운딩(grounding)'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같이간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말을 했지요. 시간이 조금 흐른뒤 이러한 상황에 점점 적응되어 지면서 우리는 곧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장난도 치며 그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지만, 식사하는 내내 답답함, 특히 눈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은 정말 컸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이기에 식사 준비도 일반적인 레스토랑에 비해 굉장히 느렸습니다. 할수있으면 빠른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고 나오고 싶었지만, 결국은 총 2시간 정도 그 곳에 있었네요. 조금 힘들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시력이란 것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의존을 하며 살아오고 있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식사를 하고 나와서 거리의 가로등을 바라본 순간,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게 되었고, 그 때 저는 제가 보고 있고 숨쉬고 있는 이 '빛(Light)'에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지요. 게다가, 그 곳에서 느낀 어둠은 제가 생각해오던 어둠과는 차원이 다른 어둠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무거웠던 어둠에 체험이었는데도, 식사를 하는 주위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그 분들에게는 이 어둠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아 보여 조금은 신기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이러한 어둠이 제게 드리울 때가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며, 그렇다면 이것은 그리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성겪의 일이 아니다 라는 생각에, 좀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순간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았지만, 어쨌든 지금 돌아보면 나름 유익했던 체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음식 맛이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그곳에 들러 식사를 하며 쉼없이 달리고 있는 자신의 삶을 한번쯤 되돌아 보기에 딱 좋은 그런 장소라는 생각입니다. 언젠가 저와 다른 전통과 문화안에서 나고 자라온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그곳을 찾아 그 어둠안에서에 식사 시간을 다시 갖게되면 이것은 또다른 색깔에 체험이 될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며 저에 오늘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