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On My Way Home, 배우는 즐거움"

namaste123 2014. 9. 12. 02:22



on My Way Home, 배우는 즐거움"


글쓴이: 최 철수89 (이십대 중)


 

              철학 공부를 하며 문득 느껴본다. 정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다 놓는 것은 참으로 가치있고 재미있는 일이란 것을. 한창 철학이란 과목의 신비함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문득 철학 교과서를 열심히 보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가장 쓸모 없는 과목이라고 비난하던 철학을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정말 지난 몇 개월전 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 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나에게는 수학과 과학 만이 진짜 공부일 뿐이었고, 그 외의 문과 과목들은 배울 것이 없는 그저 감상적인 과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공부하는 경제나 심리학, 철학 등은 생각보다 훨씬 깊이가 있었다. 그 과목들에는 나 스스로 마음을 집중하여 공부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영역들이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 공식처럼 명확한 공식과 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내 스스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나만의 답"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과목들은 공부하는 사람의 깊은 내공이 요구되어 짐을 느껴본다.

          요즘 깨달은 거지만, 나는 이미 계획되고 길들여진 기계적인 공부 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부에서 더욱 흥미를 발견하고는 한다. 특히 오늘은 철학 공부를 하는 도중에, ‘이렇게 하니 이런 말이 되고, 저렇게 하니 저런 말이 되네’ 하면서 도서관 한구석에 안자 혼자 키득키득 거리며 즐거워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 내 자신이 조금은 어이없게도 느껴졌지만, 그와 동시에 이렇게 웃으면서도 공부하고 탐구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기 때문에서다. 공부할 때마다 나를 괴롭혀 오던 두통도 이제 없어져 버렸다. 하고싶지 않은 일들을 억지로 해야한다 라는 강박관념이 자연스럽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게 공부 할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도 알았더라면 지금껏 나는 어떤 삶을 살아 왔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라는 진리를 몰랐던 나는,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 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 4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철학 공부를 1시간 반 만에 끝내고 도서관을 나왔다.

          장시간 동안 앉아서 책과 씨름하며 힘들이고 고뇌 해야만 되는 것이 공부라는 생각은 더이상 쓸모없는 낡은 생각이다. 밴쿠버가 내게 준 가장 커다란 선물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배움의 기쁨"이 아닌가 한다. 공부하는 것은 즐거운 일 이지,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결코 아니란 것을 피부깊이 배우고 깨닯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공부뿐만 아니라,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힘들고 괴로워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그 일이 내게 괴로움만 안겨줄 뿐이라면, 그 일은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낫고 차라리 그런시간에 다른 의미있는 일을 찾아 보는게 현명한 방법이라 본다.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사람의 보는 시각에 따라 그것이 비록 힘든일 일 지라도 얼마든지 즐겁고 의미있는 삶에 도전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일 보는 철학 quiz 시험을 시작으로, 이제 슬슬 warming up을 끝내고 이번 학기가 본 궤도로 올라감이 느껴진다. 점점 과제와 할일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동시에 내 몸안에 활기도 함께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인생에 시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그 시험문제들을 하나씩 도전하고 풀어가면서 점점 성숙해 가는 그런 내모습을 즐겁게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