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본 어게인(Born Again), 나는 교육자다."

namaste123 2014. 6. 10. 05:16




"본 어게인(Born Again), 나는 교육자다."


글쓴이: 김 영희92 (이십대 초)



오늘은 수업을 하면서, 기운이 쭉 빠져 나가고 ‘아, 인생살기 정말 힘들다.’라는 생각을 했다.

"와이리 대노?" 라는 말이 저절로 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우리반에는, 공부를 정말 못하는 

학생이 한명있다. 벌써 내년이면 중학교를 들어가야 할 나이 인데도 아직 b와 d도 구별을 

제대로 못한다. 


원래 수업은 두 번째 시간에 속하는 학생이지만 숙제를 원채 해오지 못해서 이 학생을 항상 

마지막 시간까지 남겨놓고 공부시킨다. 그런데 시험기간이 닥치자 남들의 수업시간인 다른 

아이들의 시간에서 까지도 이 아이의 거스른 행동이 계속 내눈에 부댓끼자 이내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 왔다.


왜 배의 노력을 쏟아 부었는데도 이학생은 다른아이들의 반도 보여주지 못하는 건지, 정말 

밑빠진 독에 물붓는 hopeless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는 알파벳도 겨우 읽는 아이가 시험 

때문에 자신의 수준보다도 훨씬 어려운 것을 하고 있겠구나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잘 챙겨주곤 

해 왔는데 이런 나의 노력을 따라와 주지 못하는 이 학생이 오늘 만큼은 미운 생각마져 들었다.


나는 이렇게 답답하기만 한데 내 앞에서 '대놓고' 졸고있는 이 아이에게 더이상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내려다가 이런 나를 간신히 가라 앉혔다. 호흡을 세 번 깊게 하고 나자, 이런 상황을 deal 

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만일, 이런 상황에 내가 화를 절제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간 쌓아왔던 

내안에 소중한 그 무언가가 꼭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마음에서 였다.


사실, 이 아이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나 밖에 그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려 버리고는 victim이 된 그사람을 다시 컨트롤 하려는 어리석은 bully의 마음이 차츰 차츰 

지금 나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저번 중간고사 때, 학생들의 성적을 잘 나오게 해야 한다는 원장 선생님 무언의 압박감에 한동안

시달렸는대 어느새 또 다시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왔구나 싶다. 나도 모르게 다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라는 생각이 세상모르고 한창 졸고있는 이 친구를 바라보는 나의 머리를 휙~ 스쳐 

지나 갔다. 


지금 내 눈에 앞에 보여지는 이 모든것은 결국 '나의 거울'인 것 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일단 

화장실로 가 세수를하고 마음을 바로 잡는데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무사히 오늘몫에 수업을 

마쳤다. 


글로는 어렵지 않게 써내려갈 수 있겠고 나름 판단할 수도 있는 일이나, 이런 딜레마가 실제 

나 자신의 현실앞에 닥쳐서 들어나게 되면 그저,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 만 할 뿐이다. 험난한 

산 줄기를 타고, 고비고비 아슬 아슬하게 지뢰를 피해가는 참담한 심정이다.  


훗날, 나자신의 결정에 후회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일이다 그 나머지 것은 이 아이 몫의 삶이니, 균형을 맞추어 붙잡을 것과 내려놓는 법을 이제부터 

훈련해 나가야 겠다.  


오늘 이 학생과의 경험을 통해 배운 또한가지의 교훈은, 세상일에 있어서 내속 감정을 좀 더 

절제하고 때론 숨기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보았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방책없이

드러내다 보면 더 큰 감정의 회오리에 빠져 버려 결국엔, 더 넓은 현실의 그림(The Bigger Picture)

을 보는 눈을 멀게하기 때문이다. 


이 현실이라는 드라마 안에서 나의 역할은 선생님이자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경험자 라는 사실을 

잃어 버리고, 내가 만약에 동물적인 본능에 휘둘렸다면 이 아이와 나를 지켜보던 모든 우리반 학생들

에게 나는 저선생은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들썩이는 참 못믿을 사람이다 라고 기억되게 될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나는 더이상 '교육자' 라고 말할 순 없다. 그저, 학생들의 불안한 미래를 걸고 기생하는 

장사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 이든지 시작하고 임할때는 가슴속에 가이드 라인을 옳고, 

곧게 세워서 중도를 지켜내는 근육을 길러야 함을 가슴깊이 느껴본 오늘이다. 


그리고 또한가지, 몸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마음 자세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게됨을 절실하게 

느껴본 오늘 하루다. 건강한 몸과 마음에 균형을 항상 유지하기 위해선 나의 식습관을 조금 더

살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