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오늘이 있음에: "초등학교 강의"

namaste123 2019. 9. 30. 04:44





오늘이 있음에: "초등학교 강의"


글쓴이: 이 영희81 (삼십대 말)



내가 활동하고 있는 생협이 초등학교 체험처로 지정되었다.


우리 팀에서는 인형극과 실험을 통한 올바른 식생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급하게 잡힌 

스케줄로 분주해 졌다. 그동안은 대부분 어린이 집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이나 생협 조합원 

교육만을 했기 때문에 초등 학교용 PPT 자료를 다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첫 수업인 월요일에 스케줄이 잡혔고 인형극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많이 긴장됐다. 

열심히 연습하는 내 모습을 본 다른 팀원이 화요일 강의까지 내게 제안했고,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강의하는 팀원들은 미리 토요일에 만나 연습을 하기로 했다. 도움이 

되고자 인형극 대본을 좀더 수정해 갔고, 이번 인형극부터는 내가 수정한 대본을 직접 사용

하기로 결정되었다. 당장 사용해야 할 PPT자료와 강의 대본은 함께 의논하여 만들었다.


인형극과 강의를 연습하며 시간을 재고, 필요한 것들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거의 하루를 다 보내 버렸지만 팀원들과 연습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나는 너무나 즐거웠다. 여러번 함께 연습한 노력으로 점점 호흡도 잘 맞추어 졌다.

  

월요일 아침 우리는 두번의 강의를 진행하였다. 인형극 중에도 재잘거림이 멈추지 않았던 

첫번째 반, 조금은 경청하며 호응도 좋았던 두번째 반.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초등학생을 그것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은 난생 처음있는 일 이었기에 

이 모든게 나에겐 그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던 수업 이었다.

  

화요일 아침, 드디어 나의 첫 강의가 있는 날 이었다. 긴장된 마음에 학교로 가는 길까지 

강의 대본을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연습했지만 수업이 시작되자 더 긴장이 되었는지 PPT 

순서가 뒤바뀌어 버렸다. 


옆에 있던 팀원이 괞찮다 말해 주었지만 나는 많이 당황했던 것 같다. 말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 예상보다도 더 일찍 강의는 끝나버렸고, 체험처 교육을 담당하신 영양사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그나마 그 첫 시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첫번째 반의 강의가 끝나자 팀원들이 모여 잘했다며 나를 다독여 주셨다... 두번째 반 에서는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자신감을 되찾고 훨씬 더 편안하게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 반응도 

더 좋았다.

  

내가 교단에서 강의를 하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 이다.


초등학교 때 꿈을 적는 란에 ‘선생님’이라고 썼던 기억이 났다. 그 외에도 나는 화가, 유치원 

선생님 등을 썼었는데 그때 무심코 썼던 꿈들이 이제 하나씩 현실로 들어나고 있고 또한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경험중에 하나는, 오늘 만났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느낀 순수함과 자유 

분방함은 그동안 내가 생각해 왔던 '이즈음 아이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역시, 나의 편견 이었다.

 


오늘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