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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완주 송광사

namaste123 2009. 11. 9. 13:01
 

전북 완주군 송광면 대흥리 종남산 남쪽 기슭 실개천변에 자리한 전통사찰, 17세기 이후 중요한 성보문화재가 다수 전해지는 평지가람이다. 신라말 보조국사 체징(804~880)이 창건한 송광사는 그 후 여러 차례 폐사와 중창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른다. 임진왜란 이후 사세가 확장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병자호란의 한을 달래기 위한 인조 임금의 호국불사가 크게 일어났던 곳이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헌세자와 봉림대군의 무사귀환을 위하여 조성한 대웅전의 소조삼세불(보물1274호)은 국내 최대 크기의 영험불로 전해진다.


직선상에 늘어선 일주문 ? 금강문 ? 사천왕문을 차례로 통과하면 넓게 정비된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얼핏 인상 깊은 좌측의 종루(보물1244호)는 亞자형 평면의 독창적인 건축수법으로 조영되었으며, 전면에는 삼세불을 모신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웅대한 삼세불이 꽃무늬조각 단청장엄 빛깔 고운 거대한 불단 위에 모셔졌는데, 그 좌우 끝자리와 불상 사이에 국내 최대 크기의 삼전패가 다소곳이 세워졌다.

중앙 목패에는 주홍 바탕에 금니로 ‘주상전하수만세(主上殿下壽萬世)'의 글자가 해서체로 쓰 였고, 좌우 것에는 ‘왕비전하수제년(王妃殿下壽齊年)', ‘세자저하수천추(世子低下壽千秋)'라 적고 있다. 왕과 왕비의 만수, 세자의 천수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정제성과 강직한 필의가 느껴지는 서체가 부분적으로 흐려진 것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제작 방법은 목패 뒷면에 몇 개의 널판을 이어대고 가장자리를 능형으로 조각한 다음 전면에 운용문양을 투각하여 덧붙였다. 주상의 원패는 상부에 한 마리의 용을, 명문 좌우에 각각 두 마리씩 총 다섯 마리의 용을 투각하였는데, 세 마리를 장식한 왕비와 세자의 것과 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신부를 받치는 하부받침장식 역시 임금의 것은 앙련과 복련을 상하 이중으로 조형하였으나, 왕비와 세자의 것은 복련만을 장식하여 격을 달리하고 있다.


구름과 용과 여의주가 어우러진 조각은 매우 섬세할 뿐만 아니라 오채금장의 보색단청으로 한껏 화려함을 더하였다. 오색구름 가득 피어오른 허공 사이로 용틀임의 기상을 보여 주는 청룡, 황룡, 백룡의 자태가 휘감아 피어오르는 여의보주 붉은 꼬리장식과 어우러져 환상의 기운을 연출하는 듯하다.


주상목패 뒷면에는 ‘순치세(順治歲)'에 조성하였다는 묵서가 기록되었는 바, 1644∼1661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세자목패의 후면에는 건륭 57년(1792)에 삼전패를 중수했다고 하는 묵서 기록이 남아 있다.


왜란과 호란의 국난 극복에 앞장섰던 불교계가 억압의 짐을 벗고 호국불사의 융성을 도모하였던 17세기, 나라님의 만세와 천추를 염원하는 정성을 담아 깎고 다듬고 오색단청으로 단장한 완주 송광사 원패, 이제 왕실의 안녕을 넘어 우리의 소중한 성보로 거듭났다.

(불교와 문화-곽동해(동국대 교수님 기고글)
 

출처 : 한국단청문양연구소 www.pmr.artda.co.kr
글쓴이 : 라비아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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