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Self-Improvement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없다’ (발도로프 교육을 찾아서)

namaste123 2008. 8. 17. 03:28
[스크랩]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없다’ (발도로프 교육을 찾아서) 


출처: http://cafe.daum.net/bulkot/39pf/331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없다’

 

발도로프 교육을 찾아서 ① - 발도로프 유치원 방문기

 

 

전미선


답을 찾아 발도로프 교육 현장, 독일로 떠나다

 

나는 강원도 원주에서 성공회 원주나눔의집에서 운영하는 햇살아동센터에서 일을 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빈곤ㆍ결손 가정의 8세부터 15세까지의 아이들로,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햇살아동센터에 와서 놀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지낸다. 그곳에서 약 2년간 일하면서 빈곤ㆍ결손 가정이라는 아이들의 조건이 그들의 성장에 많은 한계를 준다는 것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타깝기만 했다.

 

내가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다양한 사건과 아이들의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른 중심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모든 교육은 이 사회에 틀 속에 끼워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키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생각에 머물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발도로프 교육 현장인 독일로 찾아갔다. 나는 발도로프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발도로프 교육을 논하기에는 아직 많이 미숙하다. 그러나 발도로프 교육의 진원지인 독일에서 경험을 통해 느꼈던 것들이 많다. 이 글을 나와 고민이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3세 이하에게 가르치는 것은 ‘없다’

 

내가 지금 지내는 곳은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알려져 있는 독일의 프라이부룩이다. 이곳에만 발도로프 교육기관이 학교와 유치원을 포함해 10여곳이 있다. 그중에 처음 방문했던 곳은 발도로프 유치원이다. 나무담장 너머 보이는 유치원을 작은 숲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큰 나무와 흙, 풀, 꽃, 바위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널려 있었다.

 

△ 3세 이하 아이들의 방은 아기자기하면서도 포근했다. ⓒ 전미선

△ 노는 것이 아이들이 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운다. ⓒ 전미선

 

작은 숲을 지나 작은 건물로 들어가니 형형색색의 아이들의 가방과 옷들이 벽을 둘러 걸려 있다. 그리고 3개로 구분되어 있는 각각의 방은 아기자기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전달되었다. 3세 이하의 아이들이 있는 방과 3세 이상 6세 이하의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나눠져 있었다. 각 방마다 주방시설과 놀이기구, 작은 책상과 의자, 정리함 등이 있었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고 각자의 아이들은 뭔가 참 바빠 보였다.

 

그럼 3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가르치는 것은 없다는 게 결론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본보기이기에 부모와의 교감이 가장 큰 시기인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대리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주된 일이라고 한다. 방을 정리하고, 간식해주고, 얘기해주고, 아이들이 노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주고, 우는 아이 달래주는 등.

 

그래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는 것이 된다. 무엇하며 놀까? 아이들은 한 쪽에서 나무, 돌, 천 등의 재료로 만든 장난감을 갖고 자기들끼리 논다. 또 다른 아이들은 한 쪽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주무르고 두드리고 놀고, 작은 인형의 집에 들어가 인형놀이를 한다. 때로는 부드러운 쿠션에 둘러앉아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화책을 들으며 서로 얘기를 한다. 아이들끼리 놀 때, 선생님은 가능한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 ‘어른이 끼면 아이들의 상상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이유다.

 

자연에서 창조적 사고를 하는 아이들

 

3세 이상의 아이들이 있는 옆방의 문을 열었다. 난장판이다. 방 안에는 나무토막, 천, 나뭇잎, 돌 등 구조화되지 않은 재료들이 정리 바구니에 담겨져 있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교실 한편에 열려져 있다. 한 쪽에는 아이들의 큰 책상과 의자들은 있지만, 인형도, 아담하게 꾸민 인형의 집도 없다. 물론 주방에서 선생님은 간식을 준비하고 있고 옆에서 몇몇 아이들이 팔을 걷고 도와주고 있다.

 

이 아이들은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자기들끼리 집도 만들고 성도 만들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문을 열고 나가 자연 속에서 찾아 들여온다.

 

△ 자연물을 가지고 노는 3세 이상 아이들. ⓒ 전미선

△ 아이들은 놀이가 끝나면 노래를 부르며 들뜬 기운을 가라앉힌다. ⓒ 전미선

 

간식을 먹을 때나 손을 씻으러 갈 때는 다함께 모여서 노래하며 들뜬 기운을 가라앉힌다. 부드러운 노래를 자주 함께 부른다. 이렇게 2시간정도를 보낸 아이들은 선생님이 직접 준비한 간식을 먹는다. 그리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서 뛰어논다.

 

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이갈이를 하기 전까지의 아이들은 주위환경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모방한다고 한다. 언어나 행동을 모방하면서 아이의 의지가 작용하기 시작하면-이갈이를 하는 시기와 맞물리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교육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발도로프의 교육철학이다. 연령대별로 아이들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교육방식을 접목시키는 것, 발도로프의 교육은 인간의 본질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을 접하며 감각과 기술을 습득하기

 

발도로프 교육을 찾아서 ② - 발도로프 교육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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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로프의 뜻은 무엇일까? 교육학자의 이름일까? 도시 이름일까? 교육과 연관된 중요한 단어일까?

 

발도로프는 담배공장 사장의 이름이다. 1919년 독일에 세워진 학교의 이름을 사장 이름을 따 발도로프학교라 지었고, 담배공장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다녔으며, 인지학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가 교육을 담당했다.

 

슈타이너는 한 아이가 태어나 교육이 필요한 시기를 태어나면서부터 20년이라고 정의한다. 이 시기는 크게 셋으로 나누어진다. 이가 교체되기까지, 7세에서 사춘기까지, 사춘기 이후다. 이가 교체되기까지 어린이들은 주위환경 속의 모든 것을 모방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7세에서 사춘기까지는 권위있는 존재 하에서 알아야만 하는 일, 느껴야만 하는 것, 원해야 하는 것들을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사춘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자기 자신의 판단에 기초해서, 주위환경과의 관계를 가지려 한다. 발도로프 교육학은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이렇게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 방법을 체계화시켰다.

 

발도로프 교육에 관한 책은 한국에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슈타이너는 심오하면서도 복잡하게 기술하고 있고, 한국에 들어온 책들도 번역이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게 되어 있어 깊이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 편이어서 발도로프 교육이 무엇인지 경험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발도로프 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가?

 

△ 발도로프 학교 12학년 학생이 만든 흔들의자. ⓒ 전미선
발도로프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이 자연을 접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감각과 기술을 습득케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 본 4곳의 발도로프 교육기관 모두가 도심이나 근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학교 안으로 들어가보면 너른 흙마당에 나무와 꽃이 자라고, 나무 그네, 단순한 나무 놀이기구 등이 있다. 7살에 입학하여 12학년제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학교는 근교에 작은 농장을 운영하여 4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직접 밀농사를 짓게 하고 다 자란 밀을 직접 갈아 즉석에서 빵을 구워먹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발도로프 학교는 학교 안에 있는 자연재료를 갖고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다. 양모를 갖고 실을 만들고 그것으로 옷을 짓는 전 과정을 세심하게 배운다. 나무를 깎아 수저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장난감, 옷장, 의자, 악기 등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장인에게 직접 배운다. 그리고 자연재료로 만든 악기인 나무리코더, 바이올린은 기본으로 익히게 된다. 손가락을 통한 노동을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익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인 셈이다.

 

△ 쓰기 수업 작품들. 알파벳 하나를 배우는데 최소 이틀이 걸린다. 선생님이 알파벳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은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그림속에서 알파벳 형상을 찾은 후, 마지막에는 크레용으로 완성된 알파벳을 쓴다. ⓒ 전미선

△ 학교에서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 전미선

 

여기에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이 교육과정에 가장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텔레비전, 컴퓨터 등 매체에 대한 접근을 일정한 나이까지 가능한 막는다. 인간이 인간에게서 배워야할 것을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면 모방학습 감성, 언어, 사회성 등등 모든 발달에 혼란을 초래하여 교육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선생님은 “학교 내에서 텔레비전을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가 아주 잘 나타난다”고 한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추어진 교과과정은 12년 동안 그림과 음악, 손과 몸의 움직임으로 언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고학년이 되면 과학, 지리, 역사 등 논리적인 탐구 과정을 익히게끔 수업이 짜여 있다. 그리고 오이리트미라고 하는 몸동작 수업이 있는데, 문자 등을 몸의 움직임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춤처럼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은?

 

난 내가 일하는 곳의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아동센터가 생활의 중심이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순서는 가장 먼저 가정, 그 다음 학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센터가 된다. 센터에서 즐거운 아이도 가정과 학교에 가면 풀이 죽어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소식을 접할 때면 난 언제나 내 일에 회의를 느꼈었다. 센터에서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좋은 환경을 만든다 해도 아이들은 당장 자신들의 삶에 아주 작은 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미래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회의 말이다.

 

△ 학교마다 목공실, 도자기실, 방직실 등이 전문적인 도구를 갖춰 마련되어 있다.
ⓒ 전미선

 

이런 고민을 발도로프 선생님께 털어놨더니, 했던 말은 아이들이 받은 모든 기억은 체득되어 미래에 언젠가는 나타난다고 했다. 가정과 학교의 나쁜 기억 이면에 좋았던 어떤 기억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 좋은 기억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의 몫이라고 한다. 이처럼 발도로프 교육에서는 특히 모방학습을 하는 시기와 어른의 권위를 갈구하는 15세 이전까지의 시기에 아이가 발랄하게 있을 수 있도록, 생기없이 메말라 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나름대로 발도로프 교육이 아이들의 맑은 영혼을 지켜주며 교육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열심히 그 답을 찾아 다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정리된 것은 다음과 같다.

 

평등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키우는 것, 
노동을 통해 창조성을 배우고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자립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인형이 만드는 아이들의 상상력

 

발도로프 교육을 찾아서 ③ - 발도로프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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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로프 인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에서 ‘발도로프 인형’을 검색하면, 발도로프 인형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냥 보기 좋은 인형만 만들어 놓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발도로프 인형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대상화된 물건이 아니라 아이들이 친밀감을 형성하며 놀 수 있는 친구다. 발도로프 인형은 영유아들의 발달 정도에 따라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기별로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친구, 발도로프 인형

 

발도로프 인형을 통해 아이들은 촉감으로 상상력을 발달시키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함께하는 친구다. 그래서 천도 고급면(트리코트 등)과 양모 등을 사용하고 색상도 단색에서 다양한 색으로 단계별로 서서히 바뀐다. 또한, 아이들의 친구이기 때문에 몸의 비율도 아이들의 신체 비율과 같게 만들고 형태 또한 곡선이 되도록 제작해야 한다.

 

이를 기본으로 아이들의 감성과 인지 능력에 따라 발도로프 인형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뉜다. 각 단계의 인형은 아이들과 함께 소중하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부터 놀이는 시작된다. 이에 단계별로 1단계는 햇님, 2단계는 달님, 3단계는 별님이라는 임의의 이름을 붙여주고 설명을 시작하자면,

 

△ 햇님이, 달님이, 별님이.(왼쪽부터) 달님이는 만 2세 이상의 아이들이 좋아한다. 만 3세 이상의 아이들이 별님이를 통해 모방학습을 시작한다.
<사진출처 : Karin Neuschütz의 Die Waldorfpuppe>

△ 햇님이 만드는 방법
<사진출처 : Karin Neuschütz의 Die Waldorfpuppe>

 

햇님이는 태어난 후부터 약 만 2세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이들의 발달이 전무한 상태에서 단순한 형태로 감각에 재미를 더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햇님이의 형태는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폭신폭신한 공모양으로 만들고 정사각형의 헝겊을 덮어 묶어놓으면 끝이다. 헝겊은 우리나라 보자기의 재질과 비슷한 얇은 천이나 아이들의 옷감과 비슷한 천으로 만들어졌다. 이 인형은 얼굴에 부비고, 입으로 빨고,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게 만드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활용하여 어른과 함께 놀 때는 네 모서리를 묶어 팔과 다리를 만들어 놀기도 하고, 옷걸이 같은데 실을 연결하여 날아다니는 천사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다른 발달된 인형들보다 어른이든 아이든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즐겁게 놀 수 있는 친구가 된다.

 

달님이는 햇님이보다 인간의 형태를 갖췄다. 달님이는 보통 만 2-3세 아이들의 친구다. 큰 윤곽만을 인지하는 아이들의 상태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폭신한 수건과 비슷한 천을 사용하여 만들고, 머리와 몸, 그리고 팔과 다리의 형태를 갖춘 모양이다. 그러나 머리카락과 이목구비는 아직까지 없다. 단색으로 만드는 것도 있고, 피부의 색깔로 몸을 만들고 단색 옷을 입혀 만든 것도 있다. 아이들은 아무 모양도 없는 달님이의 얼굴을 보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목구비를 상상하며 놀 수 있으며 때로는 아이들의 방석이나 베개가 되기도 한다.

 

만 3세가 되면서부터는 별님이가 친구가 될 수 있다. 아주 작은 형태로 눈과 입을 만들어주고 성격에 맞는 머리카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신체의 형태가 뚜렷하게 얼굴, 몸, 팔, 다리를 만든다. 속에는 부드러운 양모를 단단하게 채워 넣어주어야 하며 옷 또한 다양하게 만들어 갈아 입혀 줄 수 있게 해야 완성이 된다. 이를 통해 아이는 엄마의 역할을 하며 별님이를 돌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역할의 놀이를 하기도 한다. 서서히 친구들과 인형놀이를 하며 아이들이 봐왔던 어른들의 세계를 흉내내기 시작하는데 이는 모방학습을 통한 사회성 형성의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발도로프 유치원의 경우,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인형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끼리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자라난다.

 

아이들 앞에서 수선하지 마세요!

 

△ 발도로프 인형을 만드는 이바마리아 교사
ⓒ 전미선
나에게 발도로프 인형 제작을 지도해 준 선생님인 이바마리아(발도로프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교실 교사・24)가 강조한 것은 ‘아이들이 발도로프 인형과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인형의 신체 비율은 영아들과 같은 4등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0세 이전의 아이들이 보는 곳에서 수선하거나 만들지 말라는 점이다. 바늘로 아이들의 친구가 될 인형을 쑤시고 꿰매고 하는 것이 순수한 아이들에게는 잔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또한 인간에 가까운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수선이나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인형은 단지 인형이라고 인식하고 동질감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에서는 나이의 구분을 지어놓았으나 햇님이 달님이 별님이를 갖고 노는 상한선은 따로 없다. 아이들의 발달상황에 따라 적절히 친구관계를 맺어주는 것만 신경 쓰며 나이 때별로 다른 상상력으로 각각의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 친구가 되어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발도로프 인형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천들은 대부분 독일에서 직수입한 천이기 때문에 상당히 비싸다. 비싸기 때문에 좋은 천일까? 물론 완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돈 있는 사람들의 아이들만 발도로프 인형을 갖고 놀라는 법은 없다. 인형의 피부용으로 사용하는 트리코트 천을 대신해서는 메리야스 천을 사용하면 되고, 햇님이를 만들 때 쓰는 촉감이 좋아야 하는 천은 아기들의 옷이나 담요, 부드러운 수건 등을 재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머리카락이나 인형의 옷을 만들 때 쓰는 털실은 못입는 스웨터를 풀러 재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인형을 갖고 노는 아이는 아마도 부모의 그 정성과 노력을 인형을 통해 느끼게 되어 더 행복한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일 뿐

 

발도로프 교육을 찾아서 ④ - 방과 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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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과 함께 양모를 이용해 손가락 인형을 만드는 아이들 ⓒ 전미선

△ 집에 돌아가기 전, 학교 숙제를 마치고 간단한 간식을 먹는다. ⓒ 전미선

 

학교 선생님들은 오전 시간이면 한창 바쁠 시간이다. 오전이면 수업이 모두 끝나는 독일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아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발도로프 학교 건물 안의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이 사람들은 ‘홀트’(Hort)라고 하는 방과 후 교실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이다. 발도로프 학교나 유치원 선생님들 중 퇴임하신 분들이 발도로프 학교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지역 학교 10세 이하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돌본다. 이곳은 발도로프 학교에서 지원하는 교실에서 학교의 교구, 교재, 여러가지 시설을 이용한다.

 

내가 일하는 지역아동센터도 복지적 성격이 강한 공부방이다. 그래도 독일의 방과 후 교실은 어떤지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20여일동안 자원활동을 해봤다.

 

△ 자신들이 만든 손가락 인형을 끼고 노는 아이들과 뜨개질를 하는 파올리네 ⓒ 전미선

 

3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11시경부터 모여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 놀이감은 다양하다. 교실밖 공터에는 돌로 만든 계단이 있고 계단 위에서는 조그마한 정원과 굵은 통나무부터 갖가지 모양의 돌들, 나무로 만든 집과 너른 잔디가 깔린 공터와 모래사장, 철봉 등이 널려진 놀이터가 있다. 큰 교실 안에는 털실 뜨기 공간, 나무 블록 쌓는 놀이 공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 수십 종에 이르는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 소꿉장난감과 인형을 정리되어 있는 공간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 교실 앞 마당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는 아이들 ⓒ 전미선
교실 구석의 문을 열면 부엌이 있다. 간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점심식사는 학교 식당에서 만든 유기농 식사가 배달되어 와서 배식하고 설거지를 하는 곳이다. 때로는 동화책을 읽어 주는 아늑한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교실 맞은편 창고 같은 곳에는 줄넘기, 모형 경마기구, 키다리걸음기구, 인라인스케이트, 공, 배드민턴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가득 모아져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하도 정신없이 분주하게 놀아 단순히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일동안 함께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정한 프로그램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시장판처럼 시끌벅적하게 노는 한편, 선생님들은 원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무깍기, 그림그리기, 다양한 실짜기, 손가락 인형 만들기 등을 불규칙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선생님들께 물어도 특별하게 짠 일일 계획표나 주간 계획표 등은 없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주도하여 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준비해놓고 관심을 보이는 아이가 보이면 그 때 한 명이 되던 두 명이 되던 시작을 하고 그것에 흥미를 느끼는 또 다른 아이들이 모여 들면 보통 5~6명의 아이들이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 식이다.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일까? 내가 그들에게 선생님들이라고 호칭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거부한다. 자신은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일 뿐이라고.

 

발도로프학교의 방과 후 교실은 발도로프 학교에서 쌓아온 교육학의 기본적인 노하우(시설, 프로그램, 놀이기구 등)가 자연스럽게 녹아서 아이들이 편히 쉬다가는 공간이다. 여느 발도로프 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교실바닥이 지저분해지면 청소하고, 밖에서 뛰어 놀 때 다치지 않나 지켜보고, 아이들 각자 취향에 맞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교실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간식과 점심을 준비하고,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는 등. 대신 그날그날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부모님들이 오면 일상적으로 보인 아이들의 모습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그래서인지 전문적인 능력이 필수로 요구되지 않는다.

 

발도로프 기관에서 파견한 선생님들을 제외하고 2명의 젊은 선생님들이 더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선생님의 역할을 한다. 한명은 15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정부의 무상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다 성인이 되어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기초생활비를 보조받는 대학 예비생으로 1년 동안 일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명은 대체복무로 1년간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는 대신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예비생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여 시설에서는 부족한 인력도 충원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더불어 사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배워야 한다

 

 

발도로프 교육을 찾아서 ⑤ -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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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는 스스로의 편견에 맞서 용기와 정직함을 키우며, 상대방의 말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려 애쓰고, 상상력과 통찰력을 발휘하며, 무엇보다 올바로 판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슈타이너

 

모두에게 열려있는 발도로프

 

우리나라에서 학부모가 학교에 가는 가장 흔한 이유는 둘 중 하나이다. 아이가 사고를 쳐서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가거나 아이들의 성적문제로 인한 상담이거나. 그렇지만 대안학교의 경우, 부모는 입학 전부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위해 그리고 그 이후에는 학교 운영 참여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와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발도로프의 모든 교육 기관도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관계가 돈독하다.

  

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아이들은 부모와 가장 친밀감을 형성하고 모방 학습의 주된 대상이 바로 학부모이기에, 발도로프 교육기관에서는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을 밀접하게 연관시키며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만남들을 준비한다. 교사-학부모 협의회,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하여 함께 만드는 수업, 가정방문, 학부모의 밤, 다양한 학교 축제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발도로프 교육기관은 학교 주변 맞벌이 부부의 아동에게도 열려 있는 방과후 교실, 시민대상 강좌, 주민들에게 개방된 학교 장터, 축제 등을 통해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 호흡하려 노력한다.

 

발도로프 교육기관은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들에게 열려있다. 기존 사회의 주체인 어른들이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아이들에게 ‘교육의 주체가 학교뿐만 아니라 아이들 옆에서 함께 사는 어른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이 어른들과 똑같은 시각과 능력을 가진 복제품으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중요한 진보적인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다.

 

교육을 통해 누구나 안정된 정서를 가질 수 있다

 

발도로프 교육기관과 관계되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교육이 안정된 삶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한다. 이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에게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교육함으로써 가능했다.

 

△ 발도로프 방과후 교실에서 일하고 있는 발도로프 학교 출신의 이바마리아
ⓒ 전미선
현재 발도로프 학교의 방과후 교실에서 일하고 있는 이바 마리아(23) 씨는 발로도프 학교 출신이다. 어렸을 때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밑에서 자랐으며, 어떤 유치원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했다.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얻은 정서불안과 부모와의 교감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지기능이 발달하지 않아 학습 부진아였던 그는 발도로프 학교에 들어가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이바 마리아 씨는 지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따뜻하고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그 좋은 기억은 발도로프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연애 시절부터 발도로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키워온 스페인 부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발도로프 학교 학부모인 이들은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을 기반으로 한 발도로프의 예술 교육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현재 이들은 스페인에서 독일로 이사와 5명의 아이 중 학령기 4명의 아이를 모두 독일 발도로프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어머니 베아트리체(41)씨는 “남한테 이끌리지 않고, 자기 안의 자신을 확고하게 느끼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커서는 그것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아이들이 자라길 바랐다. 이들은 스페인 카나리아섬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고 공동체적 삶을 살아왔는데, 아이들도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이어받아 더욱 더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 4명의 아이를 발도로프 학교에 보내고 있는 베아트리체(가운데)와 아이들 ⓒ 전미선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는 발도로프 학교 학생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프라이부룩의 미하엘 발도로프 학교에서 치유 오이리트미 수업을 참관하면서 알게 된 죠슈아(12)는 학교에서 집중력이 부족해 많이 산만한 아이였다. 죠슈아는 홀어머니 밑에서 외아들로 자랐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많이 다녔다. 어머니는 안정적인 일자리도 없고 생활도 엉망이었으며, 아이들을 돌보는데 소홀하는 등 삶이 불안정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불안한 삶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져 부적응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죠슈아는 발도로프 학교에 입학하자, 아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죠슈아가 학교에 잘 다닐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부터 특별 교육까지 관심을 기울였다. 교사는 아이의 상태를 신중히 관찰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접근하며 죠슈아를 지도했다. 여기에 같은 학급의 친구들조차 죠슈아를 배려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아이가 많이 산만해지면 “차분해져라”라는 말로 과잉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가며 지냈다고 한다. 또한 죠슈아의 어머니는 각종 학부모 모임을 통해 서서히 아이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직업도 찾고 서서히 안정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결국 교사, 학부모, 학생이 더불어 어우러지면서 상호 작용한 결과로 6학년에 올라간 죠슈아는 평온함을 되찾았을 수 있었다.

 

슈타이너는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에 관계없이, 죽는 날까지 삶을 연구하는 학생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배우는 법을 배우고, 평생토록 삶에서 배워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든 교육은 ‘학생-학부모-교사가 학교를 통해 서로 배우고 더불어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 자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전미선 / 원주 햇살아동센터 교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사회의 교육이 아이들을 틀 속에 끼워 맞추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배운 것이 많다. 한국사회당 당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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